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 뉴시스
1999년 1월 25일 열린 국회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조사 국정조사 특위 경제청문회. 김영삼 전 대통령,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이경식 전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 등 1997년 IMF 외환 위기 당시 최고위급 당국자와 이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에 오른 강만수(이하 외환 위기 당시 직위·재정경제원 차관), 윤증현(재경원 금융정책실장), 김중수(OECD 대표부 공사), 김석동(재경원 외화자금과장) 등의 인물 들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10월 29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최고경영자) 서밋 특별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오징어릴게임 “터프 네고시에이터(tough negotiator·강경한 협상가)”라는 찬사를 받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사무관으로서 유일하게 35명 증인·참고인 명단에 포함됐다. 6년 차 사무관에 불과했던 김 장관은 외환 위기 때 재경원 외화자금과에서 환율 정책을 담당했기 때문에 청문회 증언대에 올랐다. 1997년 연초 84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IMF 구제금융
릴게임바다이야기 신청 직전인 12월 23일 1928원까지 치솟은 과정에서의 정책 대응을 증언한 것이다.
김 장관은 IMF 외환 위기 당시 환율 담당 사무관 시절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트라우마’처럼 아픈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IMF 외환 위기 최전선에서 싸웠던 경험이 공직자로서 책임감과 특유의 추진력을 키운 바탕이라고 평
황금성사이트 한다. 트럼프가 극찬한 ‘협상 태도’는 터프한 공직 생활을 통해 길러진 근성이라는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0월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서밋 의장인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겸 SK그룹 회장, 김정관
야마토게임 산업통상부 장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초대형 경제 위기 최전선 대응 경험 많아
IMF 외환 위기 때 환율을 다뤘던 김 장관은 리먼브러더스발(發)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정부 자금 조달을 총괄하는 기재부 국채과장에 임명됐다. 그는 ‘위기
바다이야기다운로드 대응 구원 투수’로 투입된 윤증현 장관으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사상 최대 규모인 28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한은에 국채 매입을 요청하지 않도록 묘안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한 해 국채 발행량 절반에 가까운 추경 자금을 전액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워 ‘결국 정부가 한은 발권력에 의존할 것’이라는 시장 우려를 불식시켜야 했다.
김 장관은 국채과장으로서 채권시장 참가자와 머리를 맞대 국채 낙찰 금리가 시장금리 수준에서 형성되도록 입찰 제도 개편을 추진했다. 발행 금리 현실화를 통해 금융회사의 입찰 참여를 유도한 결과, 개편 전 100%대 수준이던 국채 응찰률은 2010년 3월 390%를 넘어섰다. 그리스·이탈리아 등의 국채 응찰률이 100% 아래로 떨어지며 남유럽 재정 위기로 번졌던 것과 달리, 한국의 높은 응찰률은 위기 후 빠른 경제 회복의 근거로 평가받았다.
기재부 역사상 첫 번째 국장급 인사 교류로 한은 파견 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김 장관은 2018년 두산그룹의 전략 수립 기능을 담당하는 두산 DLI(현 두산경영연구원)로 옮겨 민간에 진출했다. 경제정책 수립 경험을 기업 경영활동에 접목해 보겠다는 욕심에서였다. 민간에서도 그는 경제 위기 극복 최전선에 있었다. 그룹 주력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금융 경색 여파와 석탄 화력발전 위주 사업 구조 영향으로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 것이다. 두산경영연구원 대표였던 김 장관은 두산중공업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중심으로 바꾸고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 구조조정에 힘을 보탰다.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높은 중국 사업 비중이 약점으로 꼽혔던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매각해 시장의 호평을 받았던 의사 결정에도 참여했다. 2022년 3월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중심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전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마스가 구상 제시하고, 끈질긴 대면 협상 주도
지난 1월 사장으로 승진했던 김 장관이 공직에 복귀한 것은 ‘민간에서 성과를 낸 공직자 출신에게 경제정책을 맡겨 보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기재부 등 경제 부처 출신으로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던 인사에게도 공직 복귀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7월 21일 취임한 김 장관은 이틀 뒤인 7월 23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이 8월 1일(이하 현지시각)부터 ‘25%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과 긴급 통상 협상을 위해서였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 자택을 직접 방문하는 등 이틀간의 협상 끝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 등 한미 제조업 협력 강화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에 동행하자, 김 장관은 귀국 일정을 미루며 협상단을 이끌고 유럽행 비행기에 다시 올랐다. “어떻게든 대면 협상이 끊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그는 “기업에서 해외 마케팅을 하며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러트닉 장관과 협상을 이어간 결과 7월 30일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 조성과 ‘자동차 및 상호 관세 15% 제한’에 대한 구두 합의를 도출했다. 투자 펀드의 현금 투자 비중과 납입 기간을 두고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도 김 장관은 외환시장 안정과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미국 측을 설득했다. 10월 22일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과 함께 방미길에 오른 그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지막 설득전에 나섰다. 결국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정상회담 직후 2000억달러 현금 투자액을 10년간 분할 납입(연 200억달러 상한)하는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산업부 안팎에서는 “취임 103일이 곧 협상 103일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치열한 협상전을 마무리했지만, 김 장관은 후속 절차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11월 4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관세의 경우 (대미투자기금법)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로 소급 발효되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25%→15%)는 11월 1일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된다. 김 장관은 “투자금 납입이 이행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협상을 시작했는데, 그 기울기를 바로잡는 데 그쳤다”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내게 고생했다고 하는데 나는 개운하지 않고 씁쓸함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Plus Point
터프한 김정관 키운 터프한 상사
트럼프 대통령에게 “터프하다”는 찬사를 받은 김 장관은 엘리트만 모인다는 기재부에서도 ‘터프한 상사’와 호흡을 맞추며 일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환율 담당으로 IMF 외환 위기 대응을 할 때는 김석동 외화자금과장(전 금융위원장)의 지휘를 받았다. 금융실명제 추진반장 등 굵직한 경제정책 수립 실무 책임을 자주 맡아 ‘영원한 대책반장’으로 불리는 김 전 위원장은 이후에도 김 장관에게 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기재부 역사에서 가장 엄격한 상사로 유명한 정덕구 전 산업부 장관의 재경부 차관 시절 수행비서로 근무했다. 후배에게 까다롭기로 유명한 정 전 장관도 그의 일 처리에는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국장급일 때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정책보좌실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2015년 신설된 국장급 인사 교류로 한국은행 파견 근무를 나가 금융시장국 자본시장부장, 조사국 국제경제부장 등 핵심 보직을 맡았다. 자본시장부장 재직 시에는 한은 직원이 직접 시장 관계자와 접촉해 얻은 현장 정보를 데이터화한 ‘마켓 인텔리전스(Market Intelligence)’ 체계를 구축한 공로로 총재 특별 표창을 받았고, 신참 조사역과 주간 금융 이슈에 대한 창의적인 시각을 담은 ‘마켓 뷰(Market View)’라는 에세이를 발간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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