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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올레길 편지

# 와랑와랑 올레, 예상을 뛰어넘는 즐거움




지난번 다빈치
편지를 보고 간혹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오거나 문자를 보내온다. 이 더운 여름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고. 제발 쉬엄쉬엄하라고. 절대로 무리하지 말라고.
그래서 지인들의 걱정도 덜어줄 겸, 올레꾼들에게 보고도 드릴 겸, 와랑와랑 올레 초반 보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은 전체 코스 완주는커녕 반의 반도 못 끝낸, 초반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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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고생스럽지도, 수고스럽지도 않다. 서귀포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가. 추위엔 맥을 못 추지만, 더위엔 비교적 강한 체질이기도 하려니와 아직까지는 과랑과랑 더운 날씨는 별로 없었기에. 심지어 바닷가를 따라 걷는 구간이 많은지라 갯바람이 언제나 조금씩은 불어주었고, 어떤 날에는 선풍기 수준의 바람이 불기도 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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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리는 1도 하지 않았다. 애당초 이를 악물고 완주하겠다 마음먹지 않았기에. 도중에 나타난 바당에 풍덩 빠지면 그것으로 그날의 걷기를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젖은 옷을 말리면서 걸은 날도 더러 있었지만!
게다가 평소보다 일찍 걷기 시작해서 그늘이나 정자가 나타날 때마다 천천히 쉬면서 물을 충분히 마시고, 나와 동행이 싸 고속철도관련주
온 간식을 주거니 받거니 나눠 먹으면서, 수다 삼매경에 빠지거나 심지어 짧은 낮잠을 청하기도 했다.

경치 좋은 곳마다, 지칠 만한 간격마다 정자나 쉼터 하다못해 벤치라도 만들어놓은 우리나라의 뿌리깊은 정자 문화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만큼, 여름철 마을 안, 해변가, 오름 근처 정자는 올레꾼들의 성소이자 오아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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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번 완주 내공 발휘한 조은 대장, 원조 안내사 강순심, 올레길의 인문학자 오한숙희 최고의 리본 지킴이 희나







원정대의 고정 멤버는 대장 박조은과 대원인 나. 언제 어느 코스를 걷느냐는 순전히 박대장의 결정에 맡겼다. 최근 이 길 전 구간을 나보다 더 많이, 자주 걸어서 길의 현재 모습을 머릿속에 다 그리고 있는 베테랑이므로. 코스 순서도 좌충우돌, 동서남북 제 멋대로일 뿐더러 정방향 역방향도 대장 마음대로였다.
우리 두 고정 멤버 외에 그때그때 한두 명의 지인이 가세하는 방식임은 이미 지난번 편지에 말씀드린 터!
첫 날 나는 18코스 안내소 안내사 강순심을 합류시키자고 조대장에게 건의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내 이웃에 살던 초등학교 후배이고, 올레길 초창기 개척 당시부터 열렬한 응원부대였고, 안내소가 생기자마자 맨 처음 근무를 시작한 원조 안내사였다. 난 그녀와 와랑와랑 올레를 걸으면서, 우리 꼬마 시절처럼 바다 수영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쉬는 날 여름 올레길을 걷자는 내 제안을 뛸듯이 반기면서도 바다 수영엔 소극적이었다. 서른 살 넘어서는 바다에 몸을 담근 적이 없다면서! 어릴 적에는 동네 자구리와 소낭머리를 주름잡으면서 태풍 부는 날 외로는 바당에서 살다시피했던 그 까불래기 소녀는 다 어디로 간 거지?
허나 7월 21일 길을 걷다가 하도리 바닷가에 쭈볏쭈볏 들어간 그녀는 불과 일이십분도 안되어서 어린 날 그 소녀로 순식간에 되돌아갔다.
입술이 검보라빛으로 변하고 난 뒤에야 우리는 바다 속에서 나왔고, 추워서 몸이 후덜덜덜 떨릴 정도였다. 순심이가 소리쳤다! 다음에도 또 오쿠다!
며칠 뒤 원정대에 가세한 이는 올레길과 발달장애 딸 희나 덕분에 제주로 이주한, 50대 중반 이후 여성들 사이에서는 모르면 간첩인 여성학을 대중화한 방송인 오한숙희! 11년 전 지나치게 바쁜 방송가 생활과 점점 커가는 딸 희나의 교육문제로 번 아웃 상태에 빠진 그녀에게 나는 제주에 와서 올레길에서 힐링하고 가라고 강권했다. 그 권유를 받아들여 제주로 내려온 그녀는 아예 식솔들을 다 이끌고 제주로 이주하기로 결단을 내렸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올레길을 너무도 사랑하는 입도 11년 차 그녀였지만 더운 여름날 올레길을 걷는 것도, 걷다가 바닷물에 풍덩 뛰어드는 것도 다 낯설고 생소한 일이었다.

허나 일단 여름올레와 바다 수영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그 뒤 딸 희나와 다섯 차례나 길을 나섰다. 인천 출신이지만 뻘 바다인지라 바다 수영은 안 해 봤단다. 그러나 제주바당에 몸을 담근 뒤로는 완전히 그 바다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올레 걷기를 쉬는 날에도 제주바당에 몸을 담근 기억이 너무도 황홀하게 되새김질 된다는 그녀.




며칠 와랑와랑 원정대에 참여하더니, 딸 희나와 함께 자기가 돌보는 발달장애를 가진 주연이까지 데리고 나타났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걷는 걸 죽자고 싫어했던 주연이는 또 다른 활동보조인 찐 올레꾼 박영순씨랑 날마다 걸으면서 이젠 제법 잘 걷게 됐다면서.
이전에 주연이가 조금 걷다가 이내 멈추곤 꼼짝 않는 걸 여러 번 목격했던 나는 반신반의했다.
아! 이게 웬일? 대평포구에서 대포포구까지(중간에 예래생태공원에서 도시락을 까먹었지만) 주연이는 꼬닥꼬닥 자기 페이스대로 제법 잘 걸었다. 가다가 꼬이거나 말린 리본만 보면 기어이 다 제대로 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희나보다 오히려 더 잘 걸었다. 요즘 미술 수업 교사들이 입을 모아 주연이의 학습능력이 너무 향상되었다고 칭찬한단다.
그런 주연이를 보면서 숙희는 걷기가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써야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학자 출신 아니랄까봐!
7월 21일 시작한 와랑와랑 원정대. 이 편지를 쓰는 8월 4일까지 우리는 예닐곱 코스를 걸으면서 삼양, 곽지, 하도, 대포 바당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오한숙희는 이제야 비로소 올레의 컨셉인 놀멍, 쉬멍, 걸으멍 올레의 참맛을 알았다고. 그리고 동시에 여름올레를 즐기는 꿀팁을 알게 되었다고!
여러분도 이 여름 와랑와랑 올레를 즐겨보시기를!
[덧붙이는 글]
16코스 항파두리 근처 해바라기밭 앞에서 한 외국 여성 올레꾼과 마주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이라는 그녀는 산티아고 길을 걷다가 이 길과 공동완주인증제를 하고 있다는 한국의 제주올레 길 정보를 접하고 지난해 제주에 와서 완주를 했단다. 헌데 너무 좋아서 다시 찾아왔다는 그녀. 5코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 코스라면서, 자기는 산티아고 길보다 이곳이 훨씬 아름답다고 느낀단다.
난 얼른 맞장구를 쳤다. 물론이죠! 자연을 보는 안목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