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공개적으로 대립한 박철우(54·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과 강백신(52·34기) 대구고검 검사는 한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손발을 맞추던 가까운 선후배였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정치적 사안을 바라보는 판단과 시각 차이가 조금씩 누적되면서 두 사람의 행로는 서서히 갈라졌다.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계기로 전혀 다른 입장에 서게 된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
황금성릴게임 박철우 신임 중앙지검장. 서울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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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슬롯 대장동 항소 마감 직전 ‘승인→불허’ 전환··· 강백신 폭로에 박철우 반박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철우 신임 지검장이 대검 반부패부장으로서 법무부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방침을 일선 수사·공판팀에
온라인릴게임 전달한 인물로 거론되기 시작한 계기는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의 내부 폭로였다. 강 검사는 지난 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자 5명의 항소가 무산된 경위를 공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11월 7일(항소장 제출 마감) 오후 7시 30분경 검사장님이 항소 제기를 승인했고 내부 결재까지 마친 상태였다”며 “그러나 대검 반
바다이야기부활 부패부장이 별다른 설명 없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결국 항소가 불허됐다”고 주장했다. 강 검사는 윤석열 정부 시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대장동 2차 수사를 총괄하고 공소 유지에도 직접 관여해왔다.
이에 대해 박 지검장은 최근 본지 통화에서 “강 검사가 올린 글이 지나치게 프레임화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
릴짱릴게임 같다”며 “사실관계가 다소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제66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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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수사로 이어진 두 검사의 특수부 인연
두 사람의 인연은 2012년 SK그룹 횡령 수사에서 시작된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97억 원의 선지급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최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수사팀은 1심에서 최 회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동생인 최재원 당시 수석부회장에 대해서도 징역 5년을 구형할 계획이었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책임을 최 전 부회장에 돌리며 형량을 낮추려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범행의 핵심은 최태원”이라는 판단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사는 돌연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이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통해 최 회장에게 징역 4년만 구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는 300억 원이 넘는 횡령·배임 범죄에 적용될 수 있는 최저 수준의 형량이었다. 여기에 한 총장이 최 회장과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개인적 친분까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외압 의혹은 더욱 확산됐고 검찰 내부 분위기도 크게 술렁였다.
이 지시에 가장 강하게 반발한 이들이 바로 박철우 지검장과 강백신 검사였다. 두 사람은 총장의 구형 하향 지시를 부당한 개입으로 받아들여 이에 대한 이의를 공식적으로 표명했고, 항의의 의미로 1심 구형 공판 출정을 거부했다. 수사팀이 결심 공판에 나서지 않은 것은 검찰 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한 총장의 지시에 따라 낮은 구형을 유지했다. 1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고, 동생 최재원 당시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한 총장 사퇴 뒤 구형이 다시 상향되는 등 절차는 혼란을 거듭했다. 구형 원안이 징역 7년이었는지 5년이었는지를 두고 내부 설명이 엇갈렸지만, 총장의 지시로 형량이 낮아졌다는 점만큼은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집단 반발로 이어졌고, 검찰 역사상 초유의 항명 사태인 이른바 ‘검란’으로 확대됐다. 윤석열 등 중견 검사들까지 동참하면서 한상대 총장은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검사들은 “이 시기 두 사람은 특수부에서 손발을 맞추며 상당히 친밀한 선후배로 통했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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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사 두고 새벽 4시까지 설전 벌이기도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공소 유지를 맡았던 강 검사는 당시 법무부 대변인으로 근무했던 박 지검장과 조국 수사의 정당성을 놓고 뚜렷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고 한다. 한 동료 검사 자택에서 열린 저녁 자리에서 두 사람이 새벽 4시까지 조국 수사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는 일화는 지금도 검찰 내부에서 회자된다. 주변 검사들은 “박철우는 목포, 강백신은 경상도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도 갈등의 온도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며 “그 무렵을 기점으로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고 회고한다.
이후 두 사람의 행로는 점차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강 검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팀에 참여하고, 윤석열이 사활을 걸었던 ‘조국 수사’의 핵심 실무를 맡으면서 대외적으로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됐다. 김만배 씨 녹취록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담당하며 이름을 알린 것도 이 시기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에서 대구고검으로 자리를 옮기며 조직 내 비주류로 밀려났다.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제66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박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대변인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맡으며 주요 보직을 거쳤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부산고검으로 발령나 한직으로 분류됐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복귀했고 최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며 다시 요직의 중심부에 섰다. 검찰 내 한 관계자는 “BBK 주가조작 의혹 당시 홍준표 의원 조사를 박철우가 맡아 무혐의로 정리했던 것처럼 민주당과 직접 연결되거나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오히려 박철우에게 배당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게 내부적으로도 뒷말이 가장 덜 나오는 선택이라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