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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한 동작만 더 나가볼게요. 숨 쉬시고, 그대로 오른쪽 다리 위로 쭉 뻗어주시고."
간호사(배소미 분)가 요가 고수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치형 자세를 하더니 한쪽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 올리며 환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따라 하라고 독려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아치는커녕 팔·다리조차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간호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통 사람이 흉내내기 어려운 고난도 동작을 이어간다.
19일 오후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무용 '풍경' 오픈 리허설의 한 장면카지노릴게임
이다.
'풍경'은 창작집단 무버(MOVER)가 병원 혹은 요양원을 배경으로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모습을 시간의 흐름, 기다림, 왜곡된 기억 등의 틀로 표현한 무용이다. 2021년 동명 영화를 제작한 김설진(44)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아 영상과 무대 예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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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풍경' 오픈 리허설의 한 장면 [사진 byone, 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용수 배소미가 열연한 장면은 김 예술감독이 폐암 수술 후 재활치료를 하는 아버지를 지켜본 경험에서 착안했다.
"선생님이 '왼손을 오른쪽 귀에 이렇게 대세요'라오션파라다이스 릴게임
고 했는데 (중략) 손이 안 올라가는 거예요. 거기 모인 환자들이 다 그런 거였어요."
폐 절제 환자를 위한 재활 운동 중에 '수술한 쪽 손으로 반대편 귀 잡기'라는 게 있다. 쉬운 동작이지만 환자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이런 경험을 살려 서로 다른 처지에서 느끼는 인식의 차이를 최대치까지 밀어붙여 표현했다.
'풍재야고수
경'은 일상적인 공간을 뒤집어 본다.
예를 들어 영화 '풍경'에서는 한 남성이 "웃기는 놈이네, 네가 의사야"라고 고함을 지르고 옷을 벗어 던지며 화를 낸다. 하지만 이내 그의 목소리가 음소거되고 배경음으로 나오는 경쾌한 클래식에 분노가 파묻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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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풍경' 오픈 리허설의 한 장면 [사진 byone, 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과제 때문에 (헤드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었죠. 어떤 사람이 의사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는데 (그 목소리가 내 귀에 안 들리니) 지휘하는 장면처럼 보였어요."(김설진)
무용 '풍경'에서는 인물들이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펼치는 동안 평온한 음악이 흐른다. 상황과 괴리된 배경음을 활용해 관객이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김 예술감독은 "결국 외부의 작용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공연이 끝나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용 '풍경' 오픈 리허설의 한 장면 [촬영 이세원]


'풍경'은 뒤틀린 의료·돌봄 현장의 모습도 짚어낸다.
환자를 향해 "괜찮으세요" 혹은 "괜찮아요"라고 여러 사람이 묻는 목소리가 반복되고 인물들이 괴상한 춤을 선보인다. 환자는 급기야 바닥에 엎드리고 보호자 중 한명은 환자 위로 휠체어를 밀고 지나간다.
환자 2명이 다투며 레슬링을 하고 한쪽에서는 또 다른 환자가 짐볼을 껴안고 이리저리 통통 튕겨 오르는 와중에 간호사 혼자 이들을 관리하려고 분투한다.



'풍경' 연출한 김설진 예술감독 [사진 byone, 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 제목은 자연의 모습을 의미하는 '풍경'(風景)이 아니라 처마 끝에 달린 작은 종을 뜻하는 '풍경'(風磬)에서 따왔다.
김 예술감독은 "풍경이 항상 같은 자리에 매달려 있는데 매번 다른 소리를 낸다"며 "같은 공간에서 매번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때 그들(환자나 보호자)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병원이나 요양원의 공간적 특징으로 기다림을 꼽았다.
"병실에서 어떤 사람은 의사를 기다리고, 어떤 사람은 방문객을 기다립니다. 또 다른 사람은 약 먹을 시간이나 식사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죽음을 기다리죠."



무용 '풍경' 오픈 리허설의 한 장면 [사진 byone, 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예술감독은 "(병원에서의) 기다림은 어떻게 보면 구원받기를 원하는 딱 그 시점에서 대부분 끝난다"며 "뭘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얘기했다. 결국 그는 현재를 마주하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어쨌든 태어난 사람들은 다 죽잖아요. 결괏값은 같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중략)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어떤 것을 기다리느라 현재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현재 있는 것을 만끽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김 예술감독은 현대무용가로 왕성하게 활동했고 엠넷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에서 우승해 주목받았다. 그는 출연자들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풍경'을 기획했다.
"(각자의) 신체가 다르니까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어울리게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이 사람은 머리가 좀 크고 저 사람은 발이 크군'하고 느끼는 것도 작품에 녹여내 보려 했죠."
'풍경' 본공연은 10월 16∼18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펼쳐진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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