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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과 쑥만 먹고 3주간 버텨 사람이 된 웅녀의 아들 단군은 엄마 젖을 더 오래 빨았을까. 이에 대한 힌트를 줄 만한 연구가 올해 ‘이그(Ig) 노벨상’ 소아과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모유 수유 중인 엄마가 먹는 음식이 모유의 냄새와 맛을 바꾸는지, 아기의 빨기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한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가 수행한 연구에서 엄마가 마늘을 먹으면 모유에서 마늘 향이 나고, 아기는 오히려 더 오래 젖을 빠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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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를 비롯해 10부문 ‘이그 노벨상’ 시상식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대에서 열렸다.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과학 잡지가 1991년부터 매년 선정하는 이 상은 ‘이그노블(ignoble·품위 없는)’과 발음이 같은 데다 ‘improbable(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를 기린다는 의미를 담아 만든 이름이다. 매년 10월 초부국증권 주식
열리는 진짜 노벨상 시즌의 전주곡으로, 과학을 유쾌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래픽=박상훈


◇음주 관련 연구가 평화상, 항공상
올해 이그 노벨 평화상은 ‘술 한잔이 외국어 실력을 증권교실
높인다’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유럽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에서 독일 학생 50명을 실험한 결과, 술을 적당량 마신 참가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보다 네덜란드어 발음과 유창성이 좋아졌다. 이들을 평가한 네덜란드 원어민들이 놀랄 정도였는데, 정작 참가자들은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술 한잔으로 ‘언어리딩전문가
장벽’을 낮추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어 평화상을 받은 셈이다.
박쥐의 음주 비행 연구는 항공학상으로 선정됐다. 발효한 과일로 알코올을 섭취한 박쥐는 더 느리게 날고 초음파 탐지 능력도 흐트러져 장애물에 부딪힐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룩말 무늬 칠했더니 파리 덜 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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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줄무늬를 그려 넣으면 파리 떼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일본 연구팀은 생물학상을 받았다. 검은 소 몸뚱이에 흰색 줄무늬를 그린 결과, 파리에게 물리는 횟수가 최고 50% 감소했다. 연구팀은 기존 살충제를 대체해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 손톱의 성장 속도를 35년 동안 자세히 기록, 관찰한 연구는 이그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왼손 엄지 손톱은 32세 때 하루 평균 0.123mm 자랐는데, 67세에는 0.095mm로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이는 나이 들면서 혈액 순환과 대사가 느려지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아프리카 연구자들은 무지개도마뱀이 이탈리아 ‘콰트로 포르마지’ 피자를 유달리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영양학상을 받았다.
화학상은 프라이팬 코팅에 쓰는 테플론(PTFE)을 식사에 넣어 포만감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한 미국·이스라엘 공동 연구팀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테플론 미세 입자를 음식에 섞어 부피를 늘리는 방식으로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음을 쥐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 아이디어로 미국 특허까지 등록했지만, 사람 대상 임상 시험은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리학상은 파스타 요리 ‘카시오 에 페페’의 소스가 덩어리지는 이유를 물리학적으로 규명한 유럽 연구팀이 받았다. 이들은 파스타 삶은 물의 전분 농도와 온도 변화가 치즈 단백질의 응집을 일으켜 소스가 엉긴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를 막을 최적 요리 조건도 제시했다.
◇미국 비자 제한 여파로 수상자 불참도
올해는 10부문 중 4팀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아 ‘반쪽 행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발 냄새를 최소화하는 신발장을 개발해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인도 연구자는 최근 미국에서 추방되는 인도 이민자가 많고 미국 비자 발급도 지연돼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에 항의하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분쟁 여파로 불참한 수상자들도 있었다.
시상식에서는 상징적으로 ‘1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 한 장을 수여했다. 초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사실상 사라져 실제로는 500원 남짓이지만, 이 거액(?) 상금이야말로 이그 노벨상 특유의 유머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