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서울 강남구의 한 유아 영어학원 앞 모습. 연합뉴스
"(7세 고시 실태를 비판적으로 다룬) 방송 이후 놀랍게도 어떤 학원에서도 항의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방송에서 취재했던 학원에는 문의가 폭증했다고 합니다. 방송 다음 날, 한 학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모자이크로 가려진 곳이 우리 학원 맞다' '너무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1년 전, K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추적 60분'에서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 편을 제작했던 상은지 PD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영유아 사교육 문제점과 규제 방안 토론회에서 "방송 후 달라진 게 없다"며
게임주 이렇게 증언했다. '7세 고시'는 유명 영어·수학 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일곱 살 아이들이 치러야 하는 시험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프렙 학원(상급 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선행 사교육)'에 다녀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과열된 영유아 사교육 탓에 아이들이 우울증을 앓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알라딘게임예시 . 교육부가 사교육을 잡겠다며 전담팀까지 꾸렸지만 실태 파악도 못 한 형편이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4세 고시(유명 유아 영어학원 입학시험)'와 7세 고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정서 발달과 정신 건강 측면에서 영유아 사교육이 초래하는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엄소용 연
주식파생상품 세대 의대 연구교수는 "(부모는 좋은 마음에 사교육을 시킬 수 있지만) 4세 아이의 생각은 어른과 다르다"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면 불안과 우울을 느끼고 스스로 '공부를 못하는 아이'라고 여기는 부정적 자아가 생긴다"고 말했다. 학교에 들어가 제대로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열패감에 시달리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고립감
황금성 도 느낀다는 설명이다.
초교 입학 후에는 공부에서 도망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극단적 생각을 하는 아이들도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0대 미만 우울증 환자 수는 2020년 991명에서 지난해 2,162명으로 2.2배로 늘었다.
학원에 세금 혜택을 주는 현 제도의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토론자로
코스닥지수 나선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대외정책실장은 △유아 대상 학원의 교습비 상한을 정해 이를 초과하면 과징금,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부과하는 안 △학원 사업에 별도의 교육세를 걷는 안 등을 제안했다. 김 실장은 "현재 학원은 (국민의 교육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면세받는데 공익 목적을 인정해 세금은 면제해 주면서 사교육은 없게 하자고 주장하는 건 모순"이라며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학원 사업에도 (부가세율인) 10%까지는 아니더라도 별도의 교육세를 거둘 수 있겠다 싶다"고 말했다. 대신 학원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가능성에 대비해 교습비 상한 등을 정하고, 걷은 세금은 유보통합 등 주요 과제에 써 학원에게 공교육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주자고 제안했다.
김대욱 경상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영유아 사교육 문제점과 규제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제공
학원 측 "전체 학원 중 입학시험 보는 곳은 3곳뿐"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정부와 국회도 움직이고는 있다. 교육부는 지난 15일 '영유아사교육대책팀'을 새로 만들어 올해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유아 사교육 경감 대책 수립 및 과제 발굴 △유아 사교육비와 학부모 인식 조사 △유아 사교육 관련 점검 등을 할 예정이다. 또, 국회에는 유아 사교육을 제한하는 학원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36개월 미만 영유아는 영어·수학 등 학교 교과 교습 행위를 금지하고, 36개월 이상 미취학 아동은 하루 40분으로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규제 움직임에 학원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도 한국학원연합회 소속 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 관계자 15명가량이 예정 없이 찾아왔다. 이 단체의 이상협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규제 혁파를 말하고 있는데 영어유치원 규제 논의는 이와 반대되는 행보"라며 "5~7세 인구 중 4만1,000명이 영어 유치부에 다닌다고 하는데 이는 해당 인구의 3~5% 정도다. 이 때문에 전체 학원과 관련된 규제책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단체는 또 "교육부 조사 결과 전체 유아 영어학원 728곳 중 입학시험을 보는 학원은 3곳뿐"이라며 언론 등이 상황을 부풀려 보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조사 결과는) 각 시도교육청이 관할 학원들에게 입학시험 여부를 물어봐 '본다'고 응답한 경우만 확인한 것"이라며 결과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